일본 로비스트 고용소식에 ‘철렁’
일본 언론에 씁쓸한 맛을 본 사람이 있었다. 바로 팀 휴고 하원의원이다. 그는 법안 통과 후 일본 방송 기자들과 단독으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내용이 어떻게 편집됐는지는 고사하고 얼굴이 큼지막하고 흉한 모습으로 화면에 비춰지게 촬영돼 휴고 의원은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피터 김 회장이 대상은 아니었지만 한인들의 동해병기 운동이 일본 TV에 부정적으로 방송된 사례는 작년 12월에도 있었다. 버지니아한인회가 월례시민강좌에서 다른 한인단체들과 동해병기 캠페인을 한다고 발표하는 자리에 일본 TV가 들이닥친 것이다. 이날은 마침 마크 김 버지니아 주하원의원이 동해병기와 관련된 주요 자료들을 공개하는 자리이기도 해서 더욱 고약했다.
김 회장은 “물론 일본이 방해를 시작한 것은 훨씬 앞이었겠지만 일본 대사가 로비회사와 계약한 시점이 12월16일인 것을 보면 우연은 아닌 것 같다”며 “일본 극우세력들을 자극해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우려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런 예민한 상황들이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작년 11월20일 마스덴 상원의원 법안이 제출됐다. 공동상정자는 모두 4명이었다. 하원도 작년 12월말까지 팀 휴고를 비롯 공화당 의원 4명, 민주당 의원 5명이 공동 상정자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다.
상원 교육 소위가 동해병기법안을 처음 논의하는 날인 1월18일을 열흘 앞둔 1월8일. 김 회장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전화가 걸려왔다. 휴고 의원이었다.
“피터, 일본 대사관이 로비스트를 고용했데요.”
그때까지 일본의 로비스트 고용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는데 휴고 의원이 처음 알게 됐다. 의회에서 우연히 만난 로비스트들이 휴고 의원에게 인사를 하더라는 것이었다. 로비 회사 이름은 ‘맥과이어우즈 컨설팅’. 워싱턴의 대형 로펌 가운데 하나였고 특히 공화당계 의원들과 가까운 회사라는 소문이 나 있었다.
김 회장은 앞이 캄캄했다. 어느정도 각오는 했지만 이렇게 일본 정부 차원에서 본격 대응할 줄은 예상을 못했던 것이다. 로비회사 계약을 위해 7만5,000달러나 썼다는 사실도 나중에 밝혀졌다. 고용 변호사만 900명이라는 로비회사를 상대로 싸울 수 있을까? 외견상으로는 불가능해보였다.
“지금까지 고생한 게 여기서 무너지나 했어요.” 당시는 그저 막막하기만 했던 김 회장의 술회다.
가슴에 걱정을 가득 안고 1월16일 주상원 교육 소위가 열리는 날 리치몬드로 내려갔다. 6명의 위원들이 모이는 이 회의는 데이브 마스덴 의원이 일부러 ‘갑자기’ 잡은 일정이었다. 일본 로비스트들이 대처할 시간을 가능한 적게 주자는 계산이었다. 당일 아침 뒤늦게 통보를 받은 로비회사의 변호사가 후닥닥 회의장으로 달려왔다. 김 회장처럼 VMI 출신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교육위원들은 별 토의 없이 표결에 들어가 만장일치로 전체 교육위원회에 올리기로 가결했다. 첫 승이었다. 아직은 소위 단계였고 언론의 취재 열기도 그다지 뜨겁지 않았던 터라 이날 회의는 몇몇 한인 단체장들과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마스덴 의원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VoKA 피터 김 회장과 은정기 상임위원장, 린다 한 워싱턴한인연합회장, 홍일송 버지니아한인회장, 김상균 리치몬드한인회장을 일일이 소개하며 이 법안이 한인사회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음을 과시했다.
좋은 출발에 김 회장은 기분이 좋았다.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앞으로 어떤 일이 전개될지는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1월22일 열릴 예정인 교육위 전체회의 결과는 또 다른 문제였다. <계속>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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